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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동 미술문화 르네상스 연다”… 대형 전시장 ‘아라아트’ 개관

미술동네의 중심지인 서울 인사동이 싸구려 중국 상품 등으로 정체성을 잃은 지 오래다. 각종 전시를 주도하던 화랑들은 청담동이나 사간동으로 떠나고 대부분은 그림가게로 전락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인사동 미술문화 회복’을 선언하는 대규모 전시장이 최근 들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 18일 개관한 ‘아라아트’로 지하 4층·지상 5층에 15개의 전시실을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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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는 ‘바다’를 뜻하는 순우리말로 한국미술의 르네상스를 선도하고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복합문화공간이 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고미술품 컬렉터로 인사동에서 30년 넘게 활동하다 이번에 아라아트를 건립한 김명성(54) 아라재 대표는 “밤 10시까지 야간전시를 열어 직장인에게 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하고, 작가 중심의 전시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운영방침을 밝혔다.

개관 기념으로 ‘제3미술’이라는 큰 주제 아래 5개의 기획전이 마련됐다. 1층 전시관에서는 10월 16일까지 ‘오윤, 춤추는 도깨비: 타고난 예술가의 상상력, 시대를 뛰어넘는 감흥!’이 열린다. 1970년대 민중미술을 주도하며 한국 현대회화에 족적을 남긴 오윤(1946∼1986)의 드로잉과 판화 등 300여점을 만날 수 있다. 춤추는 인물 판화가 어깨를 들썩이게 한다.

2·3층에서는 10월 7일까지 터키 현대미술 특별전 ‘만남(ENCOUNTERS)’이 열린다. ‘동쪽에서 가장 서쪽에 있는 나라와 서쪽에서 가장 동쪽에 있는 나라의 만남’이라는 의미를 가진 전시로 브흐한 도한차이, 코멘트, 에롤 아키야바쉬 등 터키 작가 54명의 작품 98점이 소개된다. 4·5층에서는 한·중수교 20주년 기념 ‘중국흑백목판화’ 전이 10월 7일까지 마련된다.

지하 1·2층에서는 아프리카 미술전 ‘Now or Never’가 10월 9일까지 진행된다. ‘아프리카 미술, 지금이다. 나중은 늦다’라는 의미를 담았다. 두츠(세네갈)의 ‘100=1, 1=100’, 릴랑가(탄자니아)의 ‘세상만사를 아이처럼’, 아마르(수단)의 ‘다르푸의 평화를 위하여’, 카툰(케냐)의 ‘모두가 주연’ 등 아프리카를 대표하는 작가 10여명의 작품 150여점이 전시된다. 지하 3·4층에서는 호주 원주민 현대미술전 ‘신화의 색(Colour of Dreaming)’이 10월 16일까지 계속된다. 에밀리 카메 킁와레예, 미니 푸웰리, 바바라 위어 등 화려하면서도 순수한 호주 원주민 회화 작가의 작품 130여점이 선보인다. 10월 중순부터는 9개층 전관에서 인물화로 유명한 권순철(68) 작가의 개인전 ‘넋, 뼈와 살’이 예정돼 있다.

‘미술바다의 여명’을 비추겠다는 아라아트 전시장은 최대 높이가 14m로 대형 설치작품 등 폭넓은 예술장르를 수용할 수 있고, 지하 4개층을 관통하는 자연채광으로 쾌적한 관람환경을 제공한다는 것이 장점이다. 하지만 전시장별 동선이 다소 복잡하고 산만한 느낌이 드는 게 단점이다. 연 면적 1500평에 달하는 공간을 어떤 콘텐츠로 채울지도 과제다. 관람은 무료(02-743-1643).

국민일보 쿠키뉴스 / 이광형 선임기자 /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