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달진미술연구소 조사..서울 71곳등 지난해보다 5곳이나 늘어
어쩐일일까. 미술시장 불황에도 새로 문을 연 전시장은 늘었다.
김달진미술연구소는 올 한해 신규 박물관·미술관·갤러리 등을 조사한 결과, 181곳이 문을 열었다고 밝혔다. 지난해보다 5곳이나 늘어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서울이 전체 39%로 71곳으로 종로구가 29곳(40%)으로 가장 많았고 강남구(13곳), 용산구(7곳), 마포구(6곳), 서초구(5곳), 중구(4곳), 송파구(2곳) 순이다.
강남과 갤러리는 궁합이 안맞는 것일까. 2007년 반짝 강세를 보이던 강남구는 문닫는 갤러리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청담동은 2010년 8곳에서 지난해 9곳, 올해 3곳으로 감소했다. 경기 침체와 높은 임대료 부담 탓으로 분석된다.
종로구는 여전히 화랑가 메카로서 명맥을 유지했다. 인사동에 인사동 미술문화 회복을 선언하는 대규모 전시장 아라아트가 들어섰다. 광주시립미술관은 사간동에 서울 분관 갤러리GMA를 열었다. 통의동 갤러리메타포, 평창동 갤러리평창동, 백자은갤러리 등도 문을 열었다.
본점을 두고 다른 지역에 분점을 잇달아 개관한 사례도 있다. 갤러리중은 서울 중구 청계천로에 본점을 개관하면서 서초구에 갤러리중 반포점과 경기도에 갤러리중 부천, 헤이리의 갤러리이레는 동작구에 갤러리이레 대방점, 수유동의 갤러리자작나무는 사간동에 분관을 세웠다.
전시장은 10월(22)에 가장 많이 개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7월(21), 5월(19)과 6월(18), 8월(16) 순이다.
공간유형별로 살펴보면 전체 56%에 해당하는 105곳이 갤러리다. 박물관이 28곳, 미술관이 12곳 순으로 집계됐다. 이외에도 기념관(9), 복합문화공간(6), 아트센터(5), 전시관(4), 창작센터(3), 대안공간, 문화관, 역사관(2), 예술회관(1) 순으로 조사됐다.
지역의 역사를 담은 유물 및 문화콘텐츠 전시를 통한 관광홍보 성격을 가진 국·공립 박물관·미술관, 전시관이 많이 생겨났다.
경기 오산시 은계동에 문화공장오산, 전북 정읍시 국립공원 내장산 진입부에 정읍시립박물관, 부산 영도구에 국내 첫 종합 해양문화 공간인 국립해양박물관, 부산에 부산임시수도기념관 전시관 등이 들어섰다. 전국 광역시 가운데 유일하게 시립박물관이 없었던 대전에는 유성구에 대전역사박물관이 세워졌다. 서울에서는 옛 문화체육관광부 건물을 리모델링해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 개관됐다.
김달진미술연구소는 “정부가 지방경제 활성화를 위해 추진하는 문화의 지방 분권화 프로젝트로 덕분에 그동안 지적된 문화예술의 서울 집중현상이 상당부분 해소됐다”며 “지방은 서울과 비교해 역사와 문화적 가치를 지닌 공간을 기념관, 역사관 등으로 탈바꿈해 활용할 수 있는 콘텐츠가 풍부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기업 총수가 사비를 출연 전시공간도 증가
작년과 마찬가지로 기업과 예술, 예술과 경영이 사회적 트렌드를 넘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는 관계로 급부상하면서 기업 산하의 전시공간은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다. 또 기업 운영자의 개인적인 관심과 경영 철학을 바탕으로 설립되는 경우도 있다.
경남은행은 창립 42주년을 맞아 창원시 석전동 본점에 지역민과 지역작가를 위한 무료전시공간인 KNB아트갤러리를 열었다.
AK플라자 수원점은 문화예술공간인 AK갤러리, 광주지역 중견기업인 진아건설은 진월동에 갤러리리채, 광주은행은 대인동 본점에 지역금융의 역사를 한눈에 엿볼 수 있는 KJB금융박물관, 영무건설은 전주 완산구 평화동 영무예다음아파트 내에 뮤즈 예다음 창작스튜디오, 명품 브랜드 베르사체는 성수동에 아뜰리에아키 인 베르사체 홈을 오픈했다.
한국경제신문사는 한경갤러리를, 패션유통 전문업체인 슈페리어는 대치동 슈페리어타워에 슈페리어갤러리를, LIG손해보험은 합정동에 LIG아트스페이스 등을 개관했다.
도서출판 한길사의 김언호 대표는 30여 년간 모은 수집품으로 헤이리 예술마을에 한길책박물관을, 시몬느의 박은관 회장은 신사동 가로수길에 시몬느핸드백박물관을, 유니온약품의 안병관 회장은 이중섭의 <황소>를 비롯한 소장품으로 부암동 서울특별시 유형문화재 제26호인 석파정에 서울미술관을 개관했다. 부산에서는 미부주식회사 지영만 대표가 송도에 미부아트센터를 개관 피카소전시를 열었다.
◆ 갤러리 우덕 등 폐관도 늘어
경기침체와 미술시장의 불황 등 재정난으로 폐관하는 공간도 늘었다. 6월에는 대구 동구 봉무동 갤러리이시아, 8월에는 가회동 청남문화원 북촌미술관이 폐관했다. 9월에는 평창동 아트라운지디방, 11월 인사갤러리 청담점인 인사갤러리C가 문을 닫았다. 12월에는 16년간 한국야쿠르트 잠원동 사옥 내 문화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던 갤러리우덕이 없어졌다.
이전한 화랑도 있다. 청담동 ‘에이블 파인아트 뉴욕 갤러리 서울’이 종로구 화동, 사간동 갤러리베아르떼가 익선동, 청담동 네이처포엠에 있던 오페라갤러리가 도산대로, 경기도 수원시 갤러리제이앤제이가 비앙갤러리로 명칭을 변경하고 청담동, 안국동 갤러리송아당이 사간동으로 자리를 옮겼다.
– 아주경제 / 박현주 기자 / hyun@aj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