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낙동강 지천들 댐으로 막으면 박근혜정부도 MB와 마찬가지”
4대강사업이 시작되기 전 2008년 내일신문과 함께 ‘강에서 띄우는 그림편지-한국의 5대강을 가다'(총 24회)를 연재했던 이호신 화백이 지리산의 진경 산수를 들고 우리를 찾아왔다.
아라아트센터의 올해 첫 기획초대전인 ‘어머니의 땅, 지리산 진경 순례’는 센터 지하 1층에서 지하 4층까지 900여평의 시원한 공간 속에 어머니의 품과 같은 지리산의 웅혼한 모습을 거침없이 펼쳐 놓는다.
이 화백은 겸재 정선으로부터 이어진 한국 수묵화의 진경산수기법을 통해 ‘한국의 자연을 가장 한국적으로 표현하는’ 그림을 보여준다. 지리산이 품은 남원시와 구례 산청 하동 함양 4개 군의 진경산수를 담은 150여점의 작품들은 지자체마다 전시공간을 따로 갖고 있어 이해하기에 한결 수월하다..
그의 눈은 사람이나 사진기보다는 맹금류를 닮았다. 맹금류 중에서도 사냥술이 뛰어난 매를 닮았다. 매의 눈은 먼 곳을 볼 때는 망원렌즈가 되고 가까이 볼 때는 광각렌즈가 된다고 한다.
그는 매처럼 높이 날아 멀리서 산줄기와 물줄기를 보고 가까이 내려가서는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이며 집과 마을, 동구나무 하나하나까지 살핀 뒤 화첩에 초벌 그림을 그린다.
수십 수백권에 이르는 화첩 그림이 모여 하나의 작품이 되는 그의 진경산수는 항공사진이나 평면사진이 표현하지 못하는 입체감을 갖는다.
유유히 이어지는 산줄기와 강줄기, 시원하게 쏟아져내리는 폭포, 영기로 충만한 봉우리, 그 속에 어우러져 살아가는 마을들이 모두 하나가 된다.
지리산 그림들을 설명하던 이 화백이 함양군 전시실에서 발길을 멈추었다. 전시실 한쪽 벽을 다 차지한 171×271cm의 대작 ‘지리산 용유담’ 앞이었다.
용유담은 칠선계곡 대륙폭포에서 흘러내린 물이 수천 수만의 기암괴석들 사이로 흘러내리는 아름다운 계곡이다.
이 화백은 “세계자연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는 용유담계곡을 수몰시킬 지리산 문정댐 계획이 여전히 살아 있다”며 “박근혜정부가 MB와 차별성을 가지려면 이런 불필요한 댐 계획부터 백지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용유담만이 문제가 아니다. 전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모래강 내성천에 영주댐이 들어서고, 우리나라 멸종위기 동물들의 마지막 피난처인 낙동강 상류 장파천에 영양댐을 밀어붙이고 있다. 4대강사업의 후속에 불과한 이런 토목사업을 하면서 MB정부와 차별성을 갖는다는 게 말이나 되는가?”
– 전시 : 4월 28일까지
– 장소 : 아라아트센터(종로구 견지동)
– 입장료 : 성인 8000원 / 학생 3000원
– 내일신문 / 남준기 기자 / namu@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