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인선의 미학 오딧세이 25년’ 展
■ 초기부터 근작까지 다양하게 구성
가로 세로 2m에서 3m 안팎의 대형 캔버스 가득 화려한 색채와 환한 빛이 춤을 춘다. 원색의 축제 같은 화폭에 찍힌 수많은 빛의 점들이 기쁨을 노래하는 듯하다. 첫 인상만으로도 압도적인 이런 대작 40점을 포함해 무려 630점의 그림이 서울 인사동 아라아트센터의 지상 3층부터 지하 4층까지 7개층에 걸렸다. 그 중 400점은 신작이다. 작품 규모와 방대한 작업량이 놀랍다. 어지간히 치열하지 않고는 해내기 힘든 일이다.
아라아트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최인선의 미학 오딧세이 25년’은 화가 최인선(50ㆍ홍익대 교수)의 대규모 개인전이다. 1989년 첫 개인전 이후 올해까지 25년 간의 작품 세계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유화부터 다양한 혼합기법의 작품과 드로잉까지, 초기작부터 최근작까지 망라해 다채롭게 구성된 전시다.
초기 작업들은 돌가루, 안료, 쇠, 시멘트 등 다양한 질료의 물성을 실험한 추상화들이고 근작들은 색채와 빛에 집중하고 있다. 미술관 실내, 침실 등 그가 표현한 공간은 구상이지만 비구상에 가깝다. 빛과 색채로 일상적 공간을 재구성하면서 한 화면에 여러 순간과 여러 시점을 집어 넣어 다채로운 감각을 보여준다. 그렇게 다양한 층위가 겹치고 공존하면서 만들어낸 심미적 공간이 매혹적이다.
강렬한 색채 못지 않게 인상적인 것은 활력이 넘치는 붓 터치다. 한 화면에서 격렬함과 부드러움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만들어내는 리듬감이 경쾌하다. 캔버스에 바로 물감을 짜서 밀어내거나 붓질한 색면에 드로잉을 더하는 등 다양한 기법을 사용해 표현에 풍성함을 더하고 있다.
이번이 마흔세 번째 개인전이다. 1년에 한 번 하기도 쉽지 않은 개인전을 많게는 한 해에 서너 번씩 하면서 쉬지 않고 달려 왔다. ‘영원한 질료’ ‘생각의 형태화’ ‘사고 조각’ ‘지각의 창’ ‘미술관 실내’ ‘날 것의 빛’ 연작을 잇따라 선보이며 작품 세계를 꾸준히 확장시켜 왔다. 그 치열함을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시간은 다시 오지 않는다. 삶도 그렇다. 그래서 나는 맹렬하게 작업한다. 나에게 그림을 그리는 일은 나를 살리는 일과 같다. 진정한 화가의 의무는 최선을 다해 관찰하고 온 힘을 다해 자신의 감정을 작품에 쏟아 붓는 것이다.”
그는 2002년 문화관광부 선정 오늘의 젊은예술가상, 2003년 하종현 미술상 등을 받았다. 그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과 서울시립미술관, 광주시립미술관, 경기도미술관 등에 소장돼 있다. 전시는 8월 5일까지 한다.
– 한국일보 / 오미환 선임기자 / mhoh@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