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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뉴스 시사저널] 전세계 4600만 사로잡은 낙서쟁이 ‘미스터 두들’

2018-06-19 14;18;21

영국의 팝아티스트 샘 콕스는 까만 선 하나로 전 세계를 사로잡았다. 하얀 바닥과 벽에 두꺼운 마커로 그림을 그리는 그의 작업영상이 SNS에서 열흘만에 3600만 조회수를 기록한 것. 1년이 지난 지금은 4615만회가 됐다. 단숨에 스타 반열에 오른 그는 세계 각국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보건복지부가 가정위탁의 날(5월22일)을 맞아 그를 홍보대사로 위촉한 이유다. 행사에 참가하기 위해 5월17일 한국을 찾은 콕스를 많은 시민들이 알아봤다. 콕스는 “거리 곳곳에서 사진을 찍고 사인을 부탁하는 이들이 많아서 놀랐다”며 “한국 팬들의 열정에 감탄했다”고 말했다.

샘 콕스는 멀리서도 눈에 띈다. 온 몸을 자신이 그린 ‘낙서’로 휘감아서다. 수천가닥의 까만 선들이 하얀 옷가지를 빈틈없이 채웠다. 가방과 신발도 마찬가지였다. 콕스의 다른 이름은 ‘미스터 두들(Doodle·낙서)’이다.

까만 선 하나로 세계 매료한 낙서 천재

독특한 차림새 때문에 성격도 특이할 거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시사저널이 5월20일 만난 미스터 두들은 예상 외로 차분했다. 기자의 요청에 즉석으로 그림을 그릴 땐 말 한마디 하지 않고 단숨에 작품을 완성했다. “100만개의 낙서 컬렉션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하는 그의 눈은 반짝였다.

5월20일 오후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영국 낙서 아티스트 ‘미스터 두들’을 만났다. ⓒ시사저널 최준필

단순한 낙서가 아니었다. 같은 패턴이 반복되는 것도 아니다. 미스터 두들은 매순간 즉흥적으로 선을 이어나간다. 주로 캐릭터들을 그린다. 빤하지도 않다. 토끼 얼굴에 새의 날개나 악어 입을 그려 넣는 식이다. 그가 만들어내는 캐릭터는 그야말로 상상초월이다. 그는 자신의 세계관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드로잉은 ‘선을 데리고 하는 산책’이란 말이 있어요. 저는 그 산책을 극한으로 하는 거죠. 산책의 루트를 미리 정해놓는 게 아니라 선이 저를 리드하도록 둬요. 자연스럽게 본능이 이끄는 대로 그려요. 메시지를 담으려고 하진 않아요. 관람객들도 다른 의미를 찾기보다 제가 낙서할 때 느끼는 기분을 그대로 느꼈으면 좋겠어서요. 행복하고 유쾌한 기분 말이에요. 제 그림이 세상에 지친 여러분께 휴식을 선사했으면 해요.”

 

그에게 낙서는 삶 그 자체였다. 그는 “샘 콕스는 미스터 두들이고, 미스터 두들은 샘 콕스다. 낙서는 그냥 내 인생이다”고 말했다. 4살 때부터 집안 구석구석 낙서를 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가 낙서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낙서는 가장 접근하기 쉬운 아트예요. 걸어가면서도 할 수 있고 어디에나 그릴 수 있어요. 종이만 있으면 누구나 쉽고 빠르게 그릴 수 있죠. 그러다 보니 양도 금방 쌓여요. 낙서한 걸 모아보면 내가 얼마나 많이 그렸는지 눈으로 볼 수 있어요. 질을 떠나서 양을 보여줄 수 있으니까 흥미로워요.”

 

미스터 두들의 핸드폰 안에는 그의 낙서 컬렉션이 있다. 지금까지 20만개를 저장했다. 그의 목표는 100만개. 브랜드와 협업하거나 스케치북에 그린 건 포함되지 않는다. 오로지 핸드폰과 태블릿에 떠오르는 영감을 저장한 게 그 숫자다. 실제로 그린 낙서는 20만개보다 훨씬 많다는 의미다. 그는 일주일에 평균 마커 24개를 쓴다고 했다. 한달에 100개 정도 쓰는 셈이다.

동심에 사는 기부 천사 예술가 

수십만개 낙서의 원동력은 바로 아이들이다. 미스터 두들은 “아이들의 순수함과 창의성에 영감을 얻는다”고 말했다. “아이들의 상상력은 독특하고 재밌다. 늙으면 생각이 정형화되기 쉬운데, 아이들은 날것 그대로 표현한다. 내 낙서도 순수한 창의력이 필요한 작업이다. 아이들과 함께 지내면서 동심에 살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어린 아이들에 대한 미스터 두들의 관심은 각별하다. 작품 활동을 통해 얻은 수익을 어린이 단체에 기증하기도 하고, 출신 지역 학교에서 아이들과 특별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한다. ‘50시간 두들 마라톤’ 일화는 유명하다. 50시간 동안 쉬지 않고 벽에 그림을 그린 프로젝트다. 그림을 팔아 얻은 수익은 전액 아동 미술치료 단체에 기부했다. 비슷한 프로젝트로 48시간 동안 낙서를 한 적도 있는데, 그 수익은 영국의 어린이 소아암 단체에 기부했다.

“50시간 동안 말 그대로 쉬지 않고 그렸어요. 밥도 한 손에 샌드위치를 들고 먹었고, 화장실 갈 때도 그림 그릴 종이를 들고 갔어요. 완전히 무의식에 빠져들어서 즉흥적으로 그림을 채워나갔죠. 신기하게 손목도 안 아프더라고요. 끝나고 나서야 숨을 돌렸어요. 가족들이 음료수를 건넸는데 힘이 없어서 온 몸에 쏟을 정도였어요. (웃음)”

그의 선행은 우리나라에서도 이어질 예정이다. 보건복지부 가정위탁 홍보대사로 지정된 미스터 두들은 5월17일 행사 당일 아이들에게 그림을 선물했다. 하얀 모자에 즉석으로 낙서를 해줬다. 복지부에 자신의 캐릭터를 기증하기도 했다. 그는 “영국 말고 다른 나라 아이들과는 처음 소통해봤는데 한국 어린이들에게 상당한 에너지를 느꼈다. 이들에게 큰 힘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미스터 두들은 7월 다시 한국을 찾는다. 7월4일부터 9월9일간 서울 아라아트센터에서 그의 개인전이 열려서다. 그는 “나라별로 테마를 다르게 잡는다. 한국 전시에선 한국의 특색을 재밌게 담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조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