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아트 개관 < 권순철 초대전 >
▲ 권순철, Face, 162x130cm(33ea), Chinese ink on Korean paper, 1997
서울 인사동 아라아트는 권순철 작가를 초대해 개관 기획전을 연다. 이번 전시는 90년대 초반 작품부터 최근작까지 90여점의 작품이 출품되며 유화작업이 주를 이룬다.
권순철은 1944년 한국에서 태어나 1989년부터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화가이다. 그의 작품들은 커다란 캔버스에 굵직한 제스처로 동양의 전통성을 유지하고 서구의 아방가르드 미술과 자연스레 융합되어 폭발적인 효과를 보여준다. 작가의 작업에서 주목할 부분은 얼굴과 넋이다.
200호에 가까운 화폭에 담긴 큰 얼굴과 거대한 몸통, 다양한 색상의 터치들, 묘사된 얼굴들은 심각하고 심오하다. 이 얼굴들은 개인의 형상에서 기인하는 것 보다는 시간, 역사의 흔적을 새기기 위한 매체다. 권순철은 길거리, 예술작품, 그리고 여기저기 순간적으로 시선에 잡힌 얼굴들을 관찰하며 그린 스케치를 축적했다. 그가 그린 모든 얼굴은 그가 알거나 혹은 만났던, 우리가 쉽게 관찰할 수 있는 누군가의 얼굴이다. 그는 얼굴 자체가 아니라 한 인간의 고유한 역사와 인생의 애환까지도 그만의 회화적인 표현법으로 힘있게 이끌어낸다.
권순철의 가장 추상적인 작품들은 대체적으로 ‘넋’이라는 제목을 두고 있는데 이것은 권순철의 회화 속에서 주요 메시지가 된다.
그는 모든 산이 하나의 건물이며 산에는 그를 지탱하게 하는 골격이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사람의 얼굴, 몸을 그가 산을 바라보는 것과 같은 시선으로 바라본다. 작가에게 넋이란 보이지 않는 추상적 관념이 아니라 오히려 시간이라는 육신 속의 뼈대가 되는 존재인 것이다. 권순철의’ 넋 시리즈’는 얼굴과 산 둘 중 하나를 지탱하고 있는 근본에 가장 가까이 다가서게 된다.
권순철의 작품은 역동적인 붓터치와 감촉, 액션페인팅으로 대표되는 추상표현주의의 맥락으로 시간성과 한(恨)을 축적시킨 제스처를 일련의 과정으로써 해석하게 된다. 관람객들은 그의 산, 살갗, 얼굴 그리고 넋을 담은 회화세계를 통해 역사적 특수성을 지니고 있는 한국인으로서 우리의 역사와 삶의 이야기를 나눠보게 될 것이다. 10월 17일~11월 13일 전시. (02)743-1643
한국일보 / 홍성필 기자 / sphong@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