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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 강변에 20년 뿌리내린 한국미술

■ 파리 한국작가 아틀리에 소나무회 20돌 기념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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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92년 2월 프랑스 파리의 남서쪽 센 강변에 위치한 이시네물리노의 19세기말 탱크공장에서 미술가들의 집단 작업공간이 문을 열었다. 한국미술가 모임인 소나무회를 주축으로 파리의 작가들이 참여한 아틀리에는 ‘예술(Art)’과 ‘병기창(Arsenal)’을 조합해 ‘아르스날(Artsenal)’로 이름지었다.

소나무회 작가들은 탱크공장 터를 46개의 작업실로 나눠 절반은 한국작가에게, 나머지는 외국작가들에게 오픈했다. 미술의 도시, 파리에서 한국작가들의 주도로 국제교류가 이뤄졌다. 건물 노화로 10년 만에 ‘아르스날’이 폐쇄된 뒤 2002년부터 일부 작가들이 인근의 굴다리를 개조해 신축한 ‘레자르슈’(Les Arches)로 옮겼다.

지난 20년간 11개국 150여 명이 소나무회에서 활동했으며, 그 중 80여 명의 한국작가가 파리와 서울에서 작업 중이다. 올해 소나무회 창립 20주년 기념전이 서울 종로구 견지동 아라아트갤러리 4, 5층에서 11월 6일까지 열린다. 지난해 11월 파리 한국문화원에서 열린 파리 행사에 이어 서울의 대형전시공간 아라아트갤러리에서 ‘소나무, 파리-서울 20주년 기념전’이 펼쳐진 것.

지난 17일 개막일에는 창립초기부터 파리의 한국미술인들과 교우해온 프랑스 미술평론가 장 루이 프아트뱅도 내한, ‘오랜 미술친구들’의 20주년 기념행사를 함께했다. 또한 파리 한국문화원장 시절 소나무회 활동을 지켜봤던 모철민 예술의 전당 사장도 “이국서 궂은 풍상의 세월 속에서 소나무회를 이끌어온 한국미술인의 저력에서 뿌듯한 힘을 느끼게 된다”고 밝혔다.

서울전 출품작가는 권순철 초대회장과 김시보 현 회장을 비롯해 곽수영·김정범·김종학·김태종·노영훈·박상희·문민순·백진·백철·손석·유혜숙·윤애영·윤혜성·이영배·정일·정재규·한홍수 씨 등 60여 명. 30~60대 작가들은 회화, 사진, 조각, 영상, 설치 등을 선보인다.

한편 권순철(68) 소나무회 초대회장도 같은 전시장 2, 3층에서 개인전을 동시에 연다. 1989년 도불한 권 씨는 20년여 파리서 작업하면서 가나아트센터의 서울, 부산 전시장 및 파리, 뉴욕 등지에서의 개인전을 통해 작품을 발표해왔다. 권 씨는 이번 전시에선 ‘누군가의 얼굴을 그린 추상적 이미지’의 인물화(사진)를 선보인다. 짙은 바탕의 얼굴은 한결같이 굴곡진 주름에 이지러진 표정으로 인생의 애환, 삶의 무게를 안고 있다. 프랑스 미술평론가들은 그의 인물화에 대해 “한 인간의 바닥에 존재하는 마그마 같은 정체성을 이끌어낸다”(장 루이 프아트뱅), “미해결의 고통을 표현하는 독특한 한국의 비애인 한에 의해 빚어진 이미지”(다프네 낭 르 세르정)라고 평했다.

문화일보 / 신세미 기자 / ssem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