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2 대한민국 중요무형문화재: 전승공예’전
180명 장인들 500여 작품 전시
‘말총 패션모자’ 등 젊은층 눈길
“케케묵었다구요? 요새 젊은이들한테는 신선할걸요!”
기획자가 장담했다. 그가 가리킨 전시장 한쪽에 말총(말갈기)으로 엮은 패션 모자가 빛났다. 니트 모자나 챙 짧은 나들이용 모자다. 말총은 본디 조선 선비들이 쓴 갓 재료다. 모양새를 현대풍으로 바꿔보니 은은히 얼비치는 검은빛 색감이 미니멀하다. 젊은 관객들 눈길이 곧잘 머물렀다. ‘낙죽장’도 눈여겨보라고 한다. 달군 인두로 대나무 대에 글씨, 그림을 새긴 전통 공예품이다. 붓대나 호신용 칼인 장도 칼집 등에 들어간 소담한 무늬들. 만년필 등 필기구에 ‘힐링 이미지’로 넣으면 좋겠다는 반응이 나왔다.
문화재청과 한국문화재보호재단이 14일부터 서울 견지동 아라아트센터에서 열고 있는 ‘2012 대한민국 중요무형문화재: 전승공예’전은 ‘인간문화재’로 알려진 국가 지정 전통공예 기능 보유자들의 유별난 잔치다. 1964년 종목별 기능보유자가 처음 지정된 이래 지금까지 작고·명예·현직 보유자와 그 제자 격인 전수조교 등 180명의 작품 500여점이 나왔다. 건축용 철제비계로 진열장 뼈대를 짜고, 전통공예품 창작 역사를 담은 박물관과 공예상품 장터인 아트페어 마당을 함께 뒤섞어놓았다. 1964년 종목별 기능보유자가 처음 배출된 이래 무형문화재 전승공예 분야의 역사를 색다르게 정리한 것이다. 기획자인 정준모 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실장은 무형문화재 50년 역사와 더불어 현시대 삶과도 소통 가능한 전통공예의 역량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전시는 1층의 전통악기 전시와 함께 2~4층의 ‘의(衣)-입다’ ‘식(食)-먹다’ ‘주(住)-살다’ ‘미(美)-내다’ 네 주제로 흘러간다. 갓일부터 염색장, 침선장, 염장, 소반장, 옹기장, 소목장, 단청장, 주철장, 나전장, 금박장, 불화 등 주요 분야 장인들의 과거·현재 작품들이 나왔다. 비계에 투명 아크릴 막을 둘러 작품을 전시하고, 각양각색인 분야별 특징과 전승 장인들의 면면, 스승과 제자 관계, 전승 과정의 곡절들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붙였다. 현시대 미감을 고려한 최근 창작품들도 진열해 판매로도 이어질 수 있게 했다. 전시품 중 120여점은 다음달 12일 서울옥션의 경매에 사상 처음 출품된다. 매일 6차례씩 분야별 시연회가 번갈아 열린다. 일반 1만원, 어린이·학생 무료. 28일까지. (02)3011-2162, 2167.
– 한겨레 / 노형석 기자 / nug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