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월 5일까지 ‘나무’ 주제로 두번째 개인전
지난해 말 ‘다시 길 위에서’라는 타이틀로 12년 만에 새 앨범을 발표하고 최근 콘서트를 여는 등 제2의 전성기를 열어가고 있는 가수 최백호(63)가 그 여세를 몰아 그림 전시회까지 마련했다. 서울 견지동 아라아트센터에서 다음 달 5일까지 ‘나무’를 주제로 그린 작품 30여점을 선보인다. 2009년 첫 개인전을 통해 화가로 데뷔한 그의 두 번째 전시다.
개막식이 열린 23일 전시장에서 만난 그는 “또 나무만 그렸다. 아직 아마추어라서 나무밖에 그리지 못한다”며 쑥스러워했다. 이어 “어쩌면 영영 나무만 그릴지도 모르겠다. 나무는 나에게 참 많은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죽을 때까지 그려도 다 그리지 못할 이야기들. 세상에는 나무 말고 또 뭐가 있을까?”라며 변함없이 묵묵한 나무에 대한 헌사를 쏟아냈다.
그의 나무 그림은 어린 시절 추억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그는 혼자 나무에 올라가 놀기를 좋아했다. 종종 나무 위에서 잠이 들어 어머니가 큰 소리로 아들의 이름을 부르며 찾았다고 한다. 그에게 나무는 결핍과 그리움이 한 몸임을 알려준 친구였다는 것이다. 이런 감성을 담아 ‘내 마음 갈 곳을 잃어’ ‘영일만 친구’ ‘낭만에 대하여’ 등을 작사·작곡했다.
부산 출신인 그의 꿈은 원래 화가였다. 1950년 태어나자마자 아버지를 여의고 홀어머니 밑에서 자란 그는 고교 졸업 후 스무 살에 어머니마저 잃었다. 누나와 단 둘이 남은 그는 생계를 해결하기 위해 가수로 나섰다. 중학교 때 미술반 활동을 한 것이 그림 공부의 전부였다. 미술대학 진학은 포기했지만 틈날 때마다 독학으로 그림을 배웠다.
나무둥치를 큼지막하게 그리는 그의 작품은 두툼한 질감과 율동적인 표현으로 생동감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그림 공부를 정식으로 안 했기 때문에 화가들이 별로 사용하지 않는 색상을 많이 쓴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이두식 홍익대 교수는 “자유롭게 구사하는 색채 감성과 안정적인 구도가 유행을 초월한 편안함을 준다”고 평했다.
심야 라디오 DJ도 겸하고 있는 최백호는 바쁜 일정 중에도 항상 새벽 일찍 일어나 캔버스 앞에서 붓을 잡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한다. 그는 “오로지 나만을 대면하는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며 그림 그리는 시간을 예찬했다.
– 국민일보 쿠키뉴스 / 이광형 선임기자 /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