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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판화, 팔만대장경 찍어낸 자랑스러운 장르

’30년 회고전’ 여는 김준권씨유화 20점 포함 270여점 선봬

문화일보
김준권의 2005년작 ‘청보리 밭에서’

한동안 미술교사로 근무하며, 캔버스 유화로 안중근, 전봉준, 어머니의 인물화와 5월 광주 를 그렸다. 1980년대 민중미술의 시대에 목판화와 만났고 판화 문화의 환경이 열악한 국내 미술가에서 30여년간 줄곧 목판작업에 몰두해왔다. 충북 진천에서작업하는 목판화가 김준권(58) 씨의 이야기다. 목판화중에서도 수묵화처럼 한지 위 로 물의 느낌이 드러 나는 수성판화를 통해 전통 목판화의 기법을 되살려왔다.

김 씨가 목판화 30년을 맞아 판화 350점을 수록한 작품집 나무에 새긴 30년을 펴낸다. 화집 출간을 기념해 초기 유화 20여 점을 포함해 270여 점을 선보이는 회고전을 오는10∼29일서울종로구 인사동길 아라아트센터 전관에서 연다.
“목판화야말로 팔만대장경을 찍어낸 전래의 자랑스러운 중심 장르입니다. 그러나 이즈음은 꼼꼼한 수작업 등에 비해 성과를 인정받지 못한 채 미술시장의 변방처럼 저평가되고 있습니다.”

그는 “국내에서 판화미술진흥회가 발족되고 한때 판화가 주목을 받는 듯 했지만 화랑 판화전이 드물 만큼 국내에서의 판화 위상은 빈약하다” 고 했다. 그럼에도 자신은 “무엇에 홀린 듯 목판화 창작과 연구에 빠져 살고 있다” 고 밝혔다. 지난 30년간 발표한 판화가 540여 종. 한작품당 평균20장을 찍었으니30년간 작품 총수가 1만 장이 넘는다.

김 씨는 한국 전통수묵판화뿐 아니라 1990년대 중반 중국 루쉰(魯訊)미대에서 중국 수인(水印)판화를, 또 1989년 해직교사 시절 일본에서 우키요에(浮世繪)를 익히는 등 한 중 일 3국 목판화를 비교, 전통 기법을 연구하고 실험했다.

김 씨의 목판화는 판과 종이를 적당히 적신 상태에서 찍는 조판조인(潮版潮印) 기법이 특징. 물론 사용하는 색상의 개수만큼 목판을 찍는다.

길이 4m인 화집 표지화 ‘산운’ (山韻)의 경우, 산세가 중첩되면서 드러나는 무채색의 색면을 표현하기 위해 48개 판을 51번 작업했다.

오랜 미술 동료로 이번 전시의 기획을 맡은 미술평론가 윤범모 씨는 김 씨의 작품이 “극사실주의 인물화로 출발해 자연친화주의가 돋보이는 ‘사의(寫意)’ 풍경의 시기로 바뀌어왔다.” 고지난30년을 재조명했다. 민중 감성의 판화를 거쳐 농촌 풍경의 사실적 표현과 운문적 산수풍경 등으로 변해온 목판화에 우리 땅과 강산에 대한 깊은 애정과 역사의 장엄한 울림을 담아냈다는 이야기다.

작가 스스로는 “세월과 더불어 시야가 달라졌다.” 며 “한동안 내 머릿속 생각, 커다란 테제에 매달렸다면 1990년대 초반들어 고샅길의 감동 같은 내 주변의 농촌풍경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고 말했다.

그 무렵 그는 중국유학을 통해 중국 목판화를접했고, 서울에서충북진천으로작업실을 옮기는 등 개인사의 직 간접 경험이 작업에 고스란히 스며들어있다.
지난 11월 초 갑작스러운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전시 일정이 하마터면 취소될뻔했지만 다행히 수술 경과가 좋고 주변 지인의 격려에 힘입어 30년 회고전이 성사됐다.

-문화일보 / 신세미 기자 /  ssemi@